미국의 심리치료센터에서는 우선 자기 내면에 숨겨진 감정을 발견하는 작업부터 시작합니다. 그런 다음 그 감정을 인정하고 그 감정을 분출하게 합니다. 그러면서 마음의 상처를 치유해가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 한국사람들은 유교의 '체면 문화' 가운데 살다 보니 자신의 감정을 인정하려고하지 않습니다. 감정을 발견하고 인정하고 분출하는 작업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면 상한 감정을 어떻게 분출해야 할까요?
사람들은 자신의 감정을 주위 사람들에게 분출합니다. 그러다보니 자신만 마음 상하는 게 아니라 주위의 다른 사람들에게도 상처를 안겨주고 맙니다. 그때그때 해소했더라면 조용히 넘어갈 수 있는 감정을 한꺼번에 터뜨리면서 하는 말이 "나는 한번 터뜨리고 나면 뒤끝이 없다."라고 말합니다. 물론 자기야 감정을 터뜨렸으니 시원하고 뒤끝이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을 당한 사람은 얼마나 뒤끝이 오래가는지 모릅니다. 뒤끝 없다면서 마음대로 신경질을 부리거나 분노를 터뜨리는 사람들은 주변을 무척이나 힘들게 합니다. 이것도 바람직한 감정 분출의 방법은 아닙니다.
이민 목회를 할 당시 수요일 밤마다 가정 세미나를 인도한 적이 있습니다. 하루는 특별 활동으로 여러 커플들이 나와 부부 십계명을 발표했는데 그 중 부목사님 내외가 나와 1 계명을 발표했습니다. 먼저 부목사님이 뭐라고 한지 아세요? "신경질을 내지 맙시다."였습니다. 듣고 있던 우리는 속 마음으로 '사모님이 신경질을 좀 내시나?'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다음 2계 명도 "신경질 내지 맙시다."였습니다. 그다음 3 계명도, 4 계명도, 5 계명도.. 10 계명까지 계속 "신경질을 내지 맙시다."였습니다. 곁에 서 있던 사모님은 얼굴이 빨개졌습니다(누구 들으라고 한 소리겠습니까?) 그 순간 우리는 "저래 갖고 우리 부목사님, 오늘 밤 무사하실까? 걱정부터 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교회 주차장에서 헤어질 때 손을 흔들면서 "제발 오늘 밤 무사하세요"라고 진담 반 농담 반으로 말했습니다.
그런데 평소에 새벽 기도회를 빠지지 않던 부목사님이 바로 다음날 못 나오셨습니다. '어젯밤 분명히 일 났구나'라고 생각하니 얼마나 걱정이 앞서던지요! 그래서 마음으로 속으로 '제발 오늘 아침에는 무사히 출근하게 해주세요.'하고 기도하며 기다렸습니다. 9시 출근 시간에 거의 못 맞춰서 목사님이 나타나셨습니다. 함께 동역하던 목회자들은 무사히 살아 돌아와서 다행이라고 모두 손을 들며 환영했습니다. 우리는 목사님을 만나자마자 "어젯밤 별일 없었느냐"라고 물었고 돌아온 첫마디는 "죽는 줄 알았다"였습니다.
집으로 가는 차 안에서부터 찬바람이 쌩쌩 불더지 집에 도착하자마자 사모님이 본격적으로 따지기 전에 애들부터 재우려고 애들 방으로 들어가더랍니다. 그래서 마음속으로 기도했답니다. "하나님 아버지, 오늘 밤을 조용히 넘기게 해 주옵소서." 하나님께서 그 기도를 들으셨는지 사모님은 나올 시간이 됐는데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이상하다' 싶어서 애들 방문을 열어보니 사모님이 애들을 재우다가 함께 잠이 들어버린 것입니다.
그렇게 밤을 무사히 지내고 다음날 새벽에 일찍 눈을 떴습니다. 사모님의 화를 안 풀어주고 그냥 나갔다는 다음 보복이 더 무서웠기에 부목사님은 집에서 새벽기도를 하고 남는 시간에 사모님과 아이들을 위한 아침 식사로 샌드위치를 만들었습니다. 7시가 넘자 사모님이 부스스한 눈으로 나오더랍니다. 그래서 '저 여자 정신 차리기 전에 빨리 빠져나가야 한다.'는 마음으로 "여보, 당신과 애들을 위해서 샌드위치 싸놓았으니까 맛있게 먹어요. 나 교회 갔다 올게"하고는 대답할 시간도 안 주고 쏜살같이 빠져나왔습니다.
몇달 후 그 부목사님은 LA에 있는 큰 교회로 사역지를 옮겼습니다. 저희는 미국을 떠나 한국으로 들어올 때, 한번 들렀다 가라는 부목사님 말씀에 따라 그분 댁에 일주일 정도 머물게 됐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사모님이 옛날의 사모님이 아닌 겁니다. 목사님에게 우리에게 너무도 잘하시는 것입니다. 그래서 목사님과 단둘이 있을 때 물었습니다. "사모님이 옛날 같지 않으시네요? 무슨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그랬더니 부목사님은 "다 목사님 덕분입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무슨 말인고 하니, 일전에 시카고에서 가정 세미나를 할 때 부부 십계명을 쓰고 난 이후로 이렇게 변했다는 것입니다.
전에는 화가 나면 누구 면전에나 다 터뜨렸는데 세미나 이후로부터는 골방으로 혼자 들어갔다고 합니다. 살며시 방문을 열어보면 사모님이 골방에 엎드려 "주여! 주여"하고 마음에 쌓인 감정을 다 터뜨렸습니다. 그리고 마음을 회복한 후 방에서 나와 이전과 같이 생활해간다고 했습니다. 얼마나 놀라운 일이었는지요!
잔소리하고 큰 소리 친다고 상대방이 변할까요? 인간은 평생 가도 안 변합니다. 자기 힘으로 상대방을 뜯어고치려고 큰소리치면서 "죽여라, 죽여"하고 달려들다가 한 대 얻어맞고 피멍 드는 미련한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요. 이제는 '죽여'라는 말에서 조금만 힘을 빼보십시오. 그러면 뭐가 됩니까? '주여'입니다. 주님 앞에 상한 마음을 내어놓고 '주여, 주여' 부르짖어 보기를 바랍니다. 상처 받아 고통스러운 삶의 순간마다 "주여! 주여"하고 자신의 상한 감정을 모두 주님 앞에 내어놓을 때 그 감정이 치유되는 놀라운 은혜를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설교story > 예화&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설교예화] 설교를 듣는 자의 태도에 따라.. I 니고데모가 삭개오가 되기도.. (0) | 2021.07.20 |
---|---|
[설교예화] 과거를 잊지 마라 I 과거를 잊음으로 당한 부끄러움 (0) | 2021.07.20 |
[설교예화] 망각관련 예화 I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0) | 2021.07.15 |
[설교예화] 감사 I 익숙함 I 감사할 줄 아는 마음 (0) | 2021.07.11 |
[설교예화] 코카콜라 회장의 편지 (0) | 2021.07.10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