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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교story/예화&칼럼

[설교예화] 과거를 잊지 마라 I 과거를 잊음으로 당한 부끄러움

by №1★↑♥ 2021. 7. 20.

  이탈리아의 작가이자 화학자인 프레모 레비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유태인이었던 이 사람은 토리노 대학 화확과를 최우등으로 졸업하고 파시즘에 저항하는 유격대 활동을 벌이다 체포돼 바로 이 아우슈비츠 제3 수용소로 강제 이송됐습니다.  '평균수명 3개월'이라는 이곳에서 10개월을 보냈는데 그때의 경험을 책으로 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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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인간인가?

  '이것이 인간인가?' 이것이 그 책의 제목입니다. 책의 겉표지는 이런 글이 써져 있습니다. '생각해보라. 이것이 인간인지, 진흙탕 속에서 고되게 노동하며 평화를 알지 못하고 빵 반쪽을 위해 싸우고, 예. 아니오.라는 말 한마디 때문에 죽어가는 이가. 생각해보라 이것이 여자인지, 머리카락 한 올 없이 이름도 없이 기억할 힘도 없이 두 눈은 텅 비고 자궁은 한 겨울 개구리처럼 차디찬 이가.'

  레비는 그곳에서의 생활을 이렇게 고백합니다. "가스실로 보내질 인원 선별 작업이 있고 난 후, 그리고 지독한 폭력을 지켜보거나 묵묵히 감수해야만 했을 때면 어김없이 우리를 가라앉게 만들었던 것은 바로 부끄러움이었다. 독일인들은 몰랐던 부끄러움, 의로운 사람이 다른 사람의 범죄를 보고 느끼는 부끄러움. 그와 같은 범죄가 존재하며 그것이 결국 기존의 세계에 들어와 버렸다는 사실 앞에서 경험하는 부끄러움, 자신의 선한 의지는 너무도 미약하거나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이 드러났고, 그러한 의지는 자신을 지키는 데 전혀 소용이 없었다는 사실을 알고서 경험하는 수치심 말이다.'

  프레모 레비가 경험한 부끄러움은 기실 유태인 모두가 당했던 부끄러움입니다. 매년 유월절 행사를 거르지 않았음에도, 매년 유월절의 의미를 서로 묻고 답했음에도 그것은 겉치레였습니다. 사실은 유월절의 진정한 의미를 깡그리 망각했습니다. 그 결과 그들은 총 칼 앞에 벌거벗긴 부끄러움을 당했습니다. 그 결과 인간이기를 포기한 나치의 부끄러운 민낯을 보았습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유태인 이야기를 했습니다. 과거를 망각해서 유태인들이 얼마나 혹독한 부끄러움을 당했는지를 구경했습니다. 객관적 거리를 둔 관찰자가 되어 망각이 가져다주는 부끄러움의 일단을 보았습니다. 그러다가 갑자기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습니다. '아니지, 이제 남의 일인 양 구경할 게 아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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